본문 바로가기

마이크로시민저널

너를 만난 건 행운이면서 사건이었단다

두려워하며 긴장했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3개월 전, 수줍어 하며 맑게 웃던 꼼꼼이를 만났다. 손뜨개질을 좋아하고 요리사가 꿈인 꼼꼼이는 아빠와 중3인 언니랑 함께 살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다.


한두 번 만나면서 긴장감이 줄었다. 세 번째 만나는 날 꼼꼼이에게서 문자가 왔다. “선생님 저 멘토링 안하고 싶어요.” 당혹스러웠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만나고 최선을 다했는데…. 


다음날 선생님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았다. 친구와 동생들이 있는 ‘지역아동센터’로 내가 방문하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보여지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빨리 친해지고 싶은 내 욕심이 아이의 입장을 앞서고 말았다. 


만나는 장소를 바꾸었다. 이후로 아이와 더 가까워졌다. 만남의 횟수도 늘었다. 잘하는 것보다 잘 못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터 놓고 이야기도 한다. 지금은 만나는 날이 서로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었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고 해서 수학을 같이 풀었고, 손뜨개질을 하고 싶어해서 가르쳐 주었다. 지금은 할머니의 목도리를 짜고 있다. 


이미지는 참고자료입니다. 출처-전북일보-엄마아 딸의 여행


‘엄마품 멘토링’ 사업을 통해 만난 한 아이와의 인연은 나에게 큰 행운이면서 사건이었다. 멘토로서, 어른으로서, 책임감의 무게와 자의식의 혼란이 때로는 힘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넓게, 높게 변화시키는 것을 자제했다.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하자고 매번 다짐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꼼꼼이가 자존감 향상, 배려하는 마음, 칭찬받는 삶 속에서 자신을 탐색하고 꿈을 갖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자유로운 관계형성을 하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로 자라길 바란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남을 지속적으로 가질 것이다. 꼼꼼이가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설렌다.


이 글은 시흥아동청소년지(시아청지)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글. 엄마 멘토링 홍준수


Copyleft본 콘텐츠는 알권리 충족과 정보공유를 위해 개방된 글입니다

편집은 허용하지 않으며 출처를 밝힌 공유는 가능합니다. 

반론이나 정정, 보충취재를 원하시면 메일로 의견주세요. 

srd20@daum.net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