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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어느 기사의 사실 해체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때까지 의심하라. 내가 존재하고 있는 사실조차 허구가 아닌지 의심하고 규명함으로써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한다'는 데카르트의 방법적회의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명제의 뿌리이기도 하다. 언론은 사실이 허구인지 끊임없이 의심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행위’라는 점에서 데카르트의 방법적회의와 맥이 닿아 있다. 



며칠 전, 한 지역언론에서 보도된 기사를 놓고,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때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면적으로 나열된 사실들을 보며 기사의 정합성을 찾아보려 한다. 먼저 한 가지 예를 들어 질문을 해본다. 



직장에 근무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근로자가 있다. 그는 입사 후 8개월 동안 개근을 했고 8개월이 지난 이후 3개월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개인 사정으로 반차 휴가를 냈다. 이 경우 해당 근로자는 근무시간을 어긴 것일까. 계산을 해 보면, 근로자는 한 달에 4~5회 반차 휴가를 냈기 때문에 0.5x4(5)=2(2.5)일을 근무하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  



앞서 언급한 지역 언론사는 근로기준법 제57조를 인용하고 노무사의 해석을 들어, 예시 안에 있는 근로자가 ‘사용한 휴가(반가)는 월 4회~5회로 월 평균 2.5일의 연가를 사용한 것’으로 ‘연가 일 수를 초과한 휴가는 무단결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같은 상황을 놓고  A노무법인과 B노무법인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무단결근이 아니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 놓았다. 근무 일이 1년 미만인 근로자는 한 달을 만근했을 경우 1일의 휴가가 발생하며, 1년을 만근한 근로자는 15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 예시된 근로자는 이미 8개월 간의 근무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8일의 휴가가 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15일의 연차휴가를 미리 당겨서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일러스트 추덕영

한 가지 더 살펴 볼 것은 기사 안에 근로자라고 칭하는 사람은 모 시립어린이집 원장이다. 노무법인이나 고용노동부는 어린이집 원장을 근로자가 아닌 경영인으로 분류한다.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의한 연차나 근무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해당 기사 안에 존재하는 노무사의 해석과 이 글에서 제시한 노무법인 및 고용노동부의 의견이 상충되고 있는 시점에 어느 것이 진실인지 의심이 덜어질 때까지 의심해 볼 일이 남았다. 


기자가 일반인과 다른 점은 어떤 사실도 의심을 거듭하며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 보는 통찰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또한 기사를 작성한 후에도 자신의 기사가 진실인지 의심하는 성찰 능력도 요구된다. 기자에게서 의심의 유전자를 걷어내면 가짜이거나 그냥 독자이기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방법적회의로 신을 증명했듯이, 언론은 항시 사실 해체를 통해 진실을 증명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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