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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단속 완장보다 질문을 던졌어야

"대학생 단속체험 운영이라니..."


얼마 전, 모 언론에 서울 노원구청이 하계역 노점상 철거에 고등학생이 동원돼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기사를 보며 공공성과 공권력이 추구하고 있는 절대적 이상의 빛이 밝을수록 우리는 그 뒤에 그림자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보도 사실의 진위를 떠나 묻고 싶은 것은 노점상에서 철거를 당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공공의 질서를 해한다는 시선이고, 아직 세상의 정의와 가치가 덜 형성된 청소년이 이 룰(rule)에 오로지 용돈, 또는 학비를 벌기 위해 양심의 가책도 없이 이들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공익이고 옳은 일인가 하는 것입니다.



시흥시는 동계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과 함께 만드는 가로 질서 문화’라는 제목으로 불법 옥외광고물 단속 학생체험단 운영을 2회(1월 14일, 21일)에 걸쳐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비록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이다 하더라도 이들이 단속해야 할 옥외광고물 대상은 대부분 사회의 약자들일 것이고, 그들의 부모나 혹은 친구들의 부모들이 운영하는 조그마한 영세업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공공성이라는 잣대로 단속을 명하고 진두지휘하는 시청의 모습을 상상하니 사고뭉치 고등학생들을 몰고 영역을 접수하러 가는 조폭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청관계자는 시민의 입장과 단속을 해야만 하는 입장을 서로 알 수 있는 계기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체험단의 대상은 잘못되었습니다. 단속 대상인 영세업자들이어야 합니다. 법이라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지, 합의적이거나 공동체적 대안을 모색하기 귀찮은 공무원의 해이함을 해소할 수 있는 딜리트(delete)버튼이 아닙니다. 대학생들에겐 단속이란 완장을 채워주기보다는 그들이 거리를 지나치며 늘 보던 옥외광고를 어떻게 새롭게 변화 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도시의 데코레이션 코드(decoration code)로 만들 수 있는지 질문을 던졌어야 하는 건 아니었을까요.


제보: srd20@daum.net트위터, 페이스북: Rdo20

본 기사는 알권리 충족과 정보공유를 위해 개방된 글입니다.

Copyleft@ 시흥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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