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이크로시민저널

영화 다이빙벨, 나는 이렇게 봤다

 보고 나니... 


임옥순: 화가 났다. 요즘 드라마 생각이 많이 났다. 그 동안 드라마는 거의 다 허구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사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다이빙벨 이종인 씨가 목숨이 위태롭단 말도 하셨고, 그런 내용들이 드라마 펀치랑 접목이 되었다. 어쩌면 펀치의 내용이 진짜 사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인 씨가 다이빙벨을 설치했는데 해경이 철수하라고 하고 바지선을 치고 들어오는 장면을 보면서 진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실과 기사가 너무나 다른 것을 보면서 내 자식이 저랬다면.. 내 주변 사람이 저기에 있었다면..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어서 화가 났다. 


주은비: 세월호 사건이 있던 그 시점에 나도 그랬고 국민 모두가 굉장히 우울해 했다. 하지만 시기가 길어지니 어떻게든 해결이 되어서 마무리가 지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다. 정책적으로 이런 사건이 났을 때 해결 매뉴얼과 조직 간의 소통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웠고 화가 났다. 그 때 그런 분노가 있었는데 (다이빙벨을) 다시 보는 게 사실 불편했다. 그 당시 국가에서 잘 하려고 노력했는데... 유가족과 주변에서 국가를 믿고 기다렸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사 별로 내용이 다 다르니 혼란도 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솔직히 불편한 마음이 컸다. 세월이 지나 잘 해결되길 기다리는 마음이 컸는데 또다시 기다리지 못하고 다큐로 만들었다는 생각에... 불편한 마음 때문에 끝까지 보지 않았다. 


정미선: 다 속상했는데, 특히 자비 털어서 하겠다고 하는데도 국가에서 막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 부분에 의문이 생겼다. 굳이 방해를 하면서까지 도대체 어떤 걸 감추기 위해 구조를 막았나 하는 생각에 무척 속상했다. 세월호 희생자들만의 일이 아닌 내 일, 주변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웠다. 


백재은: 언론, 기자, 오보들,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수많은 오보들의 그 과정, 과정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 중에 나는 계속 기자가 보였다. 말 안 듣고 까불다가 짤린 이상호 기자 왈 “희망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해 봐야하지 않겠어요? 그게 기자 아니겠어요?” 단지 사실을 알려야 하는 기자로서 뇌경색의 부작용에도 직장에서 외면당하는 현실을 감내한다. 그 기자를 보면서 눈물이 났다. 유가족들의 외침보다 그가 하는 말 한 마디가 마음에 꽂힌다. 

● 어떤 장면이 가장 불편했나? 


임옥: 해양경찰청장과 청와대 주요공직자가 세월호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인터뷰가 있던 장면에서 서로 눈치보고 말 안 하는걸 보면서 답답했다. 다시 다이빙벨 오라 해 놓고 또 바지선을 박는 걸 보면서 도대체 뭘 감추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은비: 가족들이 억울해 하고 항의하고 속 시원히 들었으면 하고 모였는데 높으신 분들이 시원하게 말을 못하는 걸 보면서 국가 입장에서 말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일본의 경우 정부를 믿고 기다리는 국민의 자세가 생각이 나면서 왜 우리나라 국민은 그러질 못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정미선: 앞의 말과 비슷하다. 민간이 다이빙벨을 가지고 가겠다고 했는데도 안 된다고 하고 또 다이빙벨 고정하는 줄을 자를 듯한 장면을 보면서 의문이 증폭되었다. 

● 영화가 보여주려고 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정미선: 정부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김용봉: 영화는 상영해야 하는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오락을 제공하든지, 감동을 주든지. 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게 정부의 그 무엇이란 숨김이었다면 영화를 보고나서 그 실체가 무엇인지 알게끔 해야 하는데 형체 없는 의심만 나열했다. 저널도 아니고 특히나 영화라는 부분에서 보면 매우 부족한 구성이다. 다큐는 한 쪽만 담는 게 아니라 있는 사실을 폭 넓게 그대로 기록하고 나열해야 하는 것이다. 


정미선: 하지만 그걸 밝히기엔 너무나 위험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임옥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진실을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드라마 피노키오가 생각났다. 기존 언론의 사실 왜곡을 꼬집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은비: 정부가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 기자는 진실을 파헤치고 싶었던 것 같다. 


여현주: 진실과 다른 언론의 보도, 언론의 본질, 언론의 왜곡 등에 대해 알리려고 한 것 같다. 

● 영화를 비평한다면.. 


임옥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입장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세월호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보여줬으면.. 밝히고 싶었던 부분을 다이빙벨로만 초점을 맞춘 점이 아쉬웠다. 


주은비: 국가에서 노력한 부분도 담고 유가족의 슬픔도 함께 다뤘으면 감동을 주었을 텐데 아쉬웠다. 


김용봉: 영화 다이빙벨은 감동을 주기 위해 만든 영화는 아니다. 영화가 이상호 기자의 시각과 이종인 씨의 의견에만 의존하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영화가 주고자 했던 메시지가 언론의 왜곡보도를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 부분을 밝히고자 도구를 다이빙벨로 선택한 것 같다. 하지만 다이빙벨이 실질적으로 구조에 얼마나 필요하고 가능한지에 대한 근거를 정확히 객관적으로 더 짚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정부에서 왜 다이빙벨을 투입하지 못하게 했는가 하는 주장,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더욱 명확하게 담아 모순을 보여주었어야 설득력이 높았을 것이다. 해경, 언딘, 그 외에도 다이빙벨이 있을 것이다. 그런 장비가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진도 앞바다에 다이빙벨 투입 가능성,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의 인터뷰나 근거를 설득력 있게 영화에 담았어야 했다. 기존 언론이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영화는 더욱 치우친 모습으로 그려냈다. 


하지만 다이빙벨은 사고 현장에서 취재를 하지 않고 보도자료만으로 뉴스를 생산하는 기존 언론의 관행과 치부를 보여주었다. 현장의 상황과 기존 언론이 보도하고 있는 대조적인 모습을 실시간으로 담아내면서 또 다른 눈, 대안매체가 할 수 있는 역할과 중요성을 보여 준 부분은 긍정적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가장 아쉬웠다. 차라리 언론의 왜곡이나 정부의 의심 등 뭔가 핵심적인 돌직구를 날렸어야 했는데 마지막을 신파극으로 끝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한 부분이 세월호에 대한 슬픔이었나. 보고 울자는 게 아니라 진실 규명이었고, 미디어의 왜곡을 꼬집자는 것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그에 대한 확실한 마침표가 찍혔어야 했다. 


임옥순: 마지막 장면에서 이상호 기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이종인 씨와 무슨 관계일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여현주: 상당히 아쉬운 영화였다. 왜 하필 이상호 기자가 다이빙벨을 택했을까 싶었다. 당시 다이빙벨이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기도 했지만 정말 기자의 의도대로라면 아예 처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취재한 것과 기존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 보여주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 토론을 마치며...  


주은비: 나는 교련복을 입고 졸업했다. 우리 세대는 태어나 지금까지 국가에 반한다는 생각을 할 수조차 없는 세대다. 그런데 소미(SMD:시민소셜미디어연구센터)에서 이런 토론을 하면서 자유로운 사고를 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모습이 상당히 부럽게 느껴졌다. 나는 토론이란 것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모임이 너무나 감사하다! 다시한 번 영화를 봐야겠다. 


김용봉: 국가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하는데 있다. 국민을 지키지 못한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지금 누가 세월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나? 죽은 유벙헌에게 모든 짐을 안기고 책임지는 이는 없다. 몇 백 명이나 죽었는데... 세월호에 대한 진실 규명은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원인을 찾고, 묻고, 대처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물며 대통령이 사고현장에까지 와서 사건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묻고 사고 관련자를 엄중처벌하겠다고 했는데도 지금까지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이건 국가 통수권자가 의지가 없거나, 하극상 등 조직체계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재은: 언론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평소 잘 알지 못했던, 관심조차 없었던, 당연히 신뢰했던 언론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충격이 혼란스러움을 갖게 한다. 언론의 역할, 기자로서의 역할, 그리고 그 역할에 충실하고자 할 때 만나게 되는 수많은 장애물, 벽,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한계, 살해 위협을 느끼면서도 해야 할 말,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 문득 시흥 SMD 소미의 회원이라는 것이, 시민기자라는 것이 무게감이 느껴진다. 보면서 내내 그 기자의 말이 떠오른다. “희망을 절대 포기할 수 없기에 이 배에 힘 있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라고 했던. 언론이 서야 하는 편은 어디인가? 지역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언론의 바른 역할, 시민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정리. 여현주. 편집. 김용봉 


이 글은 '15소미' 정기 모임인 2월 12일 오전 11시, 정왕동 어린이도서관에서 임옥순, 주은비(가명), 정미선, 여현주, 김용봉 회원이 다큐영화 다이빙벨을 보고 난 후 자신들의 의견을 나눈 내용이며, 백재은 회원은 밴드에 의견을 추가하여 함께 정리하고 편집한 것입니다.


채널- 메일 srd20@daum.net, 트위터, 페이스북: Rdo20

Copyleft@ 본 콘텐츠는 알권리 충족과 정보공유를 위해 개방된 글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