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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시민저널

서울대가 꼭 와야 한다면 서울공대가 와야..

[집중인터뷰 최홍건 한국산업기술대 전 총장]


"군자지구엔 CJ랜드가 어울린다"

"시흥시는 한국의 실리콘밸리, 종소기업의 수도가 되어야.."


최홍건 산기대 전 총장

2010년 지방선거에서 군자지구 서울대사업은 당시 선거의 핵심 쟁점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군자지구 개발 계획은 서울대사업 찬‧반 논쟁으로 의견이 좁혀지고 있지만, 이전에는 이연수 전 시장의 유니버셜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 형태의 테마파크, 최홍건 산업기술대 전 총장의 경제특구형태인 국제적인 기업도시, 삼성타운 등 다양한 그림들이 제시되기도 했었다.  


시흥시 서울대사업은 올해 6.4지방선거의 정치적 쟁점으로 번질 가능성을 여전히 안고 있다. 무려 7년 동안 기숙사니 캠퍼스니 논쟁만 벌이고 있는 서울대 사업, 관심을 갖고 사업 내용과 추진 과정을 알아갈수록 실체는 안개 속이다. 이 진실규명은 사실 간단하다. 서울대 총장에게 직접 물어 보면 명확하다. 그런데 이미 서울대사업에 대한 실체를 밝힌 사람이 있었다.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시흥시장 후보로 나왔던 최홍건 한국산업기술대 전 총장이다.  


지난 2월 5일 오후 2시, 뉴스라인·시흥저널·정왕타임즈·시흥라디오가 함께 최홍건 전 총장(이하 최 총장)을 산업기술대에서 만나 서울대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와 시흥시 미래에 대한 해법, 최 총장에 대한 근황을 장장 3시간에 걸쳐 들었다. 지역언론들이 뭔가를 함께 진행하는 일도 드문 일이었지만 인터뷰 시간도 유례없이 길었다. 그만큼 현 시장이 주도하는 서울대 사업에 대해 언론사들의 우려는 깊었다.   


2010년 시흥시장 선거에 낙선했던 최홍건 전 총장은 이후 동부그룹 제조·서비스분야 회장겸 동부발전(주)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하며, 매주 월요일마다 시흥시 산기대에 와서 후학들을 가르쳤다. 그룹 경영은 초인적 일정을 요구했다. 일주일에 하루 강의하러 이곳에 오기는 했지만 시흥시의 변화에는 자연히 관심이 덜해져 갔다. 최 총장의 표현을 그대로 인용하면 “시흥시의 공기만 마시며 지냈다”고 한다.  


최 총장은 지금 시흥시 서울대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다음은 최 총장과의 간담회 내용을 핵심적인 사안 위주로 요점 정리해 보았다.  


서울대가 계획한 건 캠퍼스가 아니라 지원시설이다

“2010년 시장선거에서 상대 후보가 서울대 유치확정이라는 현수막을 온 거리에 내걸었다. 그때 서울대 이장무 총장에게 시흥시에 서울대 캠퍼스가 오는 것이냐고 물어 봤다. 이장무 총장이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외국인들을 많이 받아들여야 하는데 마침 시흥시청에서 요청이 오니 외국인 학생이나 교수진의 숙소를 위해 검토 협의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런 내용을 시흥시에 와서 좀 밝혀 줄 수 있냐고 이 총장에게 물었더니 국립대 총장으로서 선거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이 간담회를 앞두고 그동안의 서울대 진행과정을 살펴보았다. 처음엔 국제캠퍼스라고 하더니 시흥캠퍼스라고 하고, 요즘에는 RC(Residential College, 기숙형 대학)라고 하면서 사업 이름도 조금씩 바뀌더라.   

서울대 유치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사업이 추진되려면 학장회의를 통과해야 하고, 교수협의회 동의를 얻어야 하고, 대학평의회를 거쳐 교육부 승인 등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기숙사와 교수 직원 아파트 거기에 의료 사업을 붙여서 추진한다고 하면 그 사업에 캠퍼스라는 용어를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의료기관이 오는 것을 대학유치라 하지는 않는다. 분당 서울대병원을 두고서 서울대 유치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의료기관은 정부의 관할 부서도 대학과는 다르다. 보건복지부 관련이다. 의료사업은 캠퍼스 사업과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사업이다. 게다가 지금 있는 서울대병원도 적자상태다. 새 사업을 벌일 만한 여력이 있을지 회의적이다. 또한 의료클러스터라고 하면 의과대학과 병원과 연구기능이 함께 존재해야 한다.”  


(지난 해 김윤식 시장이 브리핑했던 자료를 보면서) “여기 RA(Residential Assistant)와 RM(Residential Manager)이 함께 수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A와 RM은 엄밀히 말하면 교수가 아니라 기숙사 사감이다.   

2011년에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 승인을 받았다고 하는데 내가 오랜 행정 경험을 통해 봐도 그건 군자지구 전체 개발에 대한 승인이지 서울대사업에 대한 승인은 아닐 것이다. 그건 따로 받아야 하는 절차다. 시흥시에서는 어떻게 지금까지 아무도 이런 문제를 반론 하는 사람이나 언론이 없었나.”  


서울대가 꼭 와야 한다면 시흥은 서울공대를 유치해야한다 

“지금 서울대, 고려대가 있는 관악구와 안암동이 도시로서 경쟁력을 갖고 있나 묻고 싶다. 거의 1세기 동안 연세대가 위치하고 있는 신촌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변했는가. 거의 변화가 없다. 서울농대가 수원에서 서울 관악구 본교로 이전할 때 수원 시민들이 극구 반대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왜 수원시민들은 서울대가 이전하는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을까.  

대학이 있다고 무조건 도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대학의 어떤 기능이 오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이 도시경쟁력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창출하는 지식과 기술이 지역과 연계성을 갖추어야 한다. 꼭 시흥시에 서울대가 와야 한다면 서울공대가 와야 한다. 서울공대는 지금처럼 산 속에 있을 것이 아니다. 산업 현장에 가깝게 나와야 한다. 광양 울산 같은 공장들이 있는 필드로 나와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 최대 밀집지역인 시흥시에 오는 것은 시대적 과제와도 일치한다. 박 대통령이 주창하는 창조경제 정신과도 일치한다. 서울대가 이전하는 문제는 이처럼 국가적인 차원에서 구상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대 유치사업을 벌이더라도 몇 년 씩 검토하고 그럴 일이 아니다. 한 두 달 돌아다녀 보면 성사여부를 알 수 있다. 공대 유치 사업을 하기로 하면 국회나 청와대를 설득할 자신이 있다.”  

군자지구에 CJ랜드, 문화예술종합학교 가능하다  

“2010년 시흥시장 후보일 때 군자지구에 삼성타운을 조성하려 했었다. 당시 삼성전자가 새로운 부지를 물색한다는 정보를 듣고는 삼성 관계자를 만나서 군자지구를 제안했다. 인천공항과 거리 등을 설명하며 100만 평 정도 부지에 삼성의 브랜드를 내 건 새로운 도시 ‘삼성타운’을 제안했다. 지금 삼성이 새로 조성하는 평택 지구의 면적이 우연인지 몰라도 백만 평이다.   

지금 상태에서 군자지구에 유치할 수 있는 기업들을 검토해 보면서 CJ라는 기업에 주목하게 된다. 최근 CJ는 영상, 방송, 통신,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가치를 올리고 있는 그룹이다. 이 회사가 이곳에 ‘CJ랜드’를 세운다면 입지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최근에 많은 지자체들이 아파트나 지어서 파는 부동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의 경기를 감안하더라도 어리석은 짓이다.   

그리고 요즘은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의 고학력자들이 넘친다. 이들이 거리의 악사처럼 떠돈다. 시흥에 문화예술종합학교를 만들어 이들을 흡수하고 시흥시 아이들을 가르치게 하면 지역 문화 발전에 기여하게 한다. 이렇게 경제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를 그려 볼 수 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시흥시 ‘중소기업의 수도’가 되어야 한다  

"예전 국가 정책은 ‘공단은 도시로부터 멀리’였다. 시화신도시 탄생 배경은 이 정책 때문이다. 도시로부터 멀리 조성한 공단 택지에 아파트를 지은 기형도시이다. 지금은 이것이 오히려 큰 장점이며 세계적인 경쟁도시로 가능성을 갖출 수 있는 동력이 됐다. 전국 최대의 국가산업단지인 안산·시화산단에 1만 4천여 개 중소기업들이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 맞붙어 있는 40만 도심이 축을 같이 하고 있다.  

가난과 노동자의 삶을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배경 도시로는 항상 구로공단을 떠 올린다. 하지만 지금 구로산업단지는 도심 속의 주거와 문화를 포함한 디지털산업단지로 변모했다. 시화산단은 이제 수평적이 아닌 수직고도화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세계 유수의 반도체산업이 한데 모인 첨단기술의 전진기지, 캘리포니아 주의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는 시흥시의 좋은 본이 될 수 있다. 시흥시는 IT, 서비스, 교육, 문화, 환경 등이 포함된 융·복합산업단지로 ‘중소기업의 수도’가 되어야 한다.  

허술한 새누리당 조직으로는 김윤식 시장 못 이긴다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6.4지방 선거에 출마를 하는가 묻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자신에게 자꾸 질문을 해 보았다. 천금 같은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예전 공약집을 보면서 시흥시를 보니 그 때 그 공약을 그대로 해도 될 만큼 시흥시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시장 나간다고 되는가. 내 상황을 다시 점검해 보았다.  

점검해 보니 김윤식 시장 참 대단한 사람이더라. 시정을 표밭갈이 시정으로 치밀하게 잘하고 있더라. 이걸 나무랄 수 없다. 김 시장은 행정가가 아니라 정치인 아닌가. 만만하지 않더라. 선거 대비용 행정을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일부 식자들의 소리고, 아파트 속에 들어 가 있는 많은 유권자들은 다르더라.  

한편 새누리당 내부를 들여다보니 조직이 예전보다 강화된 것도 없고 생각보다 상당히 허약하다. 이런 것들이 걱정이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시흥시에 이런 밑그림을 그리고 펼쳐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서 이번에 코피 터지도록 한 번 붙어 볼까 싶은 마음도 든다.  

다시 자신을 점검해 보았다. 우선은 내가 시정을 잘 펼칠 수 있는 건강을 가졌는가. 그래서 지난 설에 자주 가는 관악산과 수리산을 두 번 올라갔다. 정상까지 걸린 시간을 보고 4년 전과 비교해 보았더니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더라 ‘체력엔 문제가 없겠구나’ 생각했고, 시력이나 기억력까지 짚어 봤다. 오케이. 마지막으로…(1초간 침묵) 행정가부터 기업 그룹 회장까지, 하물며 산악회 회장까지 온갖 걸 다 해 본 사람이 이제 와서 뭘 또 시장을 해 보겠다고 하느냐는 주위의 시선 때문에 상할 내 자존심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시장이 내 목표입니까? 

"모 일간지에 전국 시·도지사 후보와 시장·군수 후보들을 양면에 걸쳐 내 놓은 기사를 유심히 보았다. 시흥시에 후보를 보니 다행히 내가 없었다. 최홍건이 또 선거판에 얼쩡거린다는 소리 나올까봐 걱정했는데 후보자 명단에 없어서 ‘어이쿠 다행이다’ 싶었다. 아무리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서청원 의원이 신중년이라고 하지만 나이 먹은 사람들이 빠져줘야 하는 게 시대의 흐름 아닌가 생각도 들더라.  

점검결과..결론….(2초 간 침묵) 새누리당이 시흥시 정체성과 발전에 동떨어진 이런 시정들을 이젠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이번 만큼은 역량 있고 경쟁력 있는 사람을 내 세워 시장을 바꿔야겠다는 합의가 필요하다. 그 다음, 거론되는 후보들끼리 대 여섯 날이 걸려 난상토론,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후보자 검증을 통해 모두가 공감하는 한 사람의 후보를 선정하는 게 정당 아니겠나. 그래서 똘똘 뭉쳐서 함께 뛴다면 코피 터지도록 리턴매치를 한 번 벌여 볼 마음은 있다.”  


혹시 일말이라도 새누리당이 아닌 안철수 신당이나 무소속을 고려해 보았는가 질문을 하자 최 총장은 단 한 마디로 매듭을 지었다. “전혀. 아니, 시장이 내 목표입니까?”  


김윤식 시장은 지난 10월 기자회견에서 군자신도시에 지금이라도 들어 올 기업이나 좋은 대안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말했다. 산기대에서 전한 최 총장의 소리가 시흥시청에 전해질까... 


최홍건 산기대 전 총장 주요 경력 및 학력


1997. 특허청 청장 

1998. 산업자원부 차관 

1999.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 

2002.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책특보 

2004.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2005. 한국표준심의회 위원장 

2006. 한국대학교교육협의회 이사 

2007.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한양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취재, 편집: 김용봉 ·주영경 기자



제보: srd20@daum.net, 트위터, 페이스북, 카톡: Rdo20 

본 기사는 알권리 충족과 정보공유를 위해 개방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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